숨바꼭질 평창 여행, 동강 마을을 있게 한 카르스트 지형

숨바꼭질 평창 여행, 동강 마을을 있게 한 카르스트 지형

지도를 보았다. 평창의 관광지 중 평창 스카이라인, 고마루라는 익숙하지 않은 명칭들이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든다. 새로운 여행지를 찾아 떠나는 여행자의 단순한 호기심이 발동하기 시작했다. 그래, 이번 여정은 평창의 숨은 명소 찾기다.

1급수 어종이 지켜낸 동강 어름치마을

태백 검룡소에서 시작해 정선 여량의 아우라지에서 송천을 만난 물은 조양강이 되며 현지민들에 의해 동강으로 불렸다. 굽이치는 지형의 골을 따라 휘돈 강물은 평창의 진탄나루에 다다르며 미탄천과 만난다. 넓고 깊어진 강은 영월에 이르러서야 65km의 동강이라는 물길이 끝을 맺게 된다. 이제는 흔적만 남은 동강의 이름뿐인 나루터들은 옛 시절 뗏꾼들의 절절한 사연이 강물처럼 흘러가며 잊혀질 뿐이다.

이 물길 한가운데에 자리한 평창 어름치마을은 특별하다. 천연기념물 259호인 어름치는 환경오염에 민감한 우리나라 고유의 1급수 어종으로 이 부근에 다량 서식해 마을 이름이 되었다. 청정 자연을 자랑하며 동강 래프팅이 최초로 시작된 곳이지만 위기도 있었다. 동강댐 건설 계획으로 인해 수몰될 뻔 했던 것을 환경평가 보고서를 근거로 국민들과 환경단체들의 반대로 인해 댐 건설이 백지화 되면서 오늘에 이른다.

어름치마을은 래프팅 및 다양한 체험거리로 늘 사람들이 북적이는 편인데 올해는 예년에 비해 조용하다. 언택트 여행이 대세인 이즈음 마을에서 운영하는 캠핑장에 자리를 잡았다. 카라반 몇 대와 간격 넓은 데크 여러 개가 전부인 곳. 산으로 둘러싸여서인지 어느새 사위가 어두워지며 밤하늘의 별이 초롱초롱하다. 말소리가 묻힐 만큼 요란한 풀벌레 소리와 갑자기 훅 다가오는 한기가 가을이 깊어졌음을 알린다.

자연이 만든 비경, 기화리 코끼리 바위

어름치마을과 평창읍을 이어주는 길은 내내 기화천을 따라 간다. 물길을 따라 놓인 평창동강로라는 도로명은 이곳이 동강과 연관성이 있음을 짐작하게 한다. 지방도로 아래 군도지만 평창의 숨어 있는 보석을 만나게 되는 마법의 도로다. 관광 안내 지도에는 평창군 맨 아래 기화리에 ‘동강 스카이라인’이라는 명칭만 볼 수 있다.

기화리는 암회색 내지 담회색의 석회암과 돌로마이트질 석회암으로 이루어진 곳이다. 전문적인 지질학적인 용어를 모른다면 학교 때 배운 ‘카르스트’라는 석회암 지질 지역을 떠올리면 된다. 이곳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최근에 국가지질공원으로 선정된 ‘기화리 코끼리 바위’가 있다. 도로에서 바라보면 움푹 페인 두 눈과 길게 늘어뜨린 허연 코 그리고 귀가 펼쳐진 모양이 순한 아기 코끼리 얼굴 형상이다.

차량이 뜨문뜨문 다니기는 하지만 왕복 1차선의 도로에서 자동차 비상등을 켜고 보자니 불안감이 앞선다. 마침 눈에 보이는 기화1교를 건너 마을 입구의 당숲 앞에 차를 멈췄다. 지금으로부터 약 4억 5천 만 년 전에 형성된 곳이라지만 지질 무지렁이에게는 시간의 숫자보다 눈으로 보는 풍경이 더 머리 속에 진하게 남는다. 바위 아래까지 가면 솟아오르는 용천수를 볼 수 있다는데 공원 조성중인지 멀리서 바라볼 뿐이다.

지나간 시간, 마을을 이어주던 대문 옛 기화터널

잊혀져가는 옛 풍경을 보기 위한 길. 차량 진입을 못하게 커다란 돌 5개를 차단봉 역할로 놓은 옛 도로가의 가로수가 벚꽃나무다. 꽃 피는 계절에는 연분홍 꽃잎이 날리며 예뻤을 것을 상상해 본다. 몇 걸음이나 떼었을까, 그새 다리 앞에 섰다. 난간에 덕지덕지 붙어 자라는 넝쿨과 이끼가 말해주듯 쓰임새를 다한 기화1교다. 안전 진단을 받은 후 몇 년 전부터 사용이 금지된 다리 너머로 목적했던 곳이 보인다.

커다란 기암을 뚫어 만든 옛 기화터널은 한 때 절벽에 갇힌 마을들을 통하게 하는 대문 역할을 했다. 전북 무주의 나제통문(羅濟通門)이 신라와 백제를 이어주던 문의 역할을 했다면 옛 기화터널은 읍읍통문(邑邑通門)이라고 해야 하나. 천정에서 한 두 방울씩 떨어지는 물을 피해 터널 안으로 들어갔다. 고개를 쳐들어 살펴보니 끌과 정으로만 뚫었는지 다이너마이트를 터트린 구멍의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

터널 너머는 수하계곡을 볼 수 있는 작은 공원으로 그 끝은 돌을 쌓아 사람들의 접근을 막았다. 옛 터널을 이용했던 사람들의 쉼터였지만 이제 더 이상 쓸모가 없어져 잡풀만 우거지다. 되돌아 나오니 오래된 포스팅에서 보던 기화리와 꽃마을 입석이 그제야 보였다. 사진 몇 장으로 옛 기억 남기기를 흉내 내어 본다.

고마루, 푹 꺼진 땅 눈 앞 하늘

평창의 고마루, 돈너미 정선의 발구덕, 삼척의 여삼리, 단양의 무두리. 우리나라에서 석회암 지대를 일컫는 카르스트 지형 다섯 곳으로 일명 구덩이 마을로 통하는 곳들이다. 평창 기화리 한탄4교 부근 주도로를 벗어나 차량 교행이 오가기도 어려울 만큼 폭이 좁은 산중 임도로 들어섰다. 시멘트 포장길과 비포장의 도로를 따라 한참동안 오르니 산 경사면의 밭과 인가가 보인다. 고마루 카르스트 지형에 접어든 것이다.

재치산을 중심으로 한 한탄리는 석회암 지역으로 지형 설명 안내판을 보지 않는다면 전형적인 산골 오지 마을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마을 끝, 길이 없어 보이는 곳에 숨어 있듯 산으로 향하는 길이 또 있었다. 고갯마루를 넘으니 드디어 고마루가 한 눈에 보인다. 숲 가운데 옴폭한 곳에 집과 밭이 자리한 풍경이 영락없이 울릉도 나리분지의 미니어처다. 마을 깊숙이 들어가 고개를 들고 보니 눈앞에 여백 없이 하늘이 꽉 찼다.

고마루는 우발라(uvala) 지형이다. 석회암이 녹으면서 커지는 돌리네 두 개가 만나 생긴 움푹 꺼진 곳을 말한다. 실제 이곳에서는 우발라로 인해 지반이 내려 앉아 마을 주민이 이주를 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고, 지금도 이 지형은 진행 중이다. 사람대신 들풀이 주인이 된 곳들은 환경부에서 사들여 지질 지형을 보호 중이라고 한다. 구름 사이를 오가는 태양이 만든 풍경을 보니 한가로움 그 자체다. 누군가 말을 해주거나 설명해주지 않으면 모를 곳을 일부러 찾아온 여정, 잘했지 싶다.

📢 여행 Tip
어름치마을
1) 강원도 평창군 미탄면 마하길 42-5

2) 어름치마을 캠핑장 : 홈페이지 예약 가능, 카라반 5대와 캠핑용 데크 10개
3) 마을 민박 및 캠핑장 및 체험은 동강레포츠에 문의(033-333-6600)

기화리 코끼리 바위
1) 평창군 미탄면 기화리 225번지
2) 평창동강로 기화1교를 건너면 나오는 마을 입구 당숲에 1대 정도 주차 가능
3) 입장료 없음, 화장실 없음

옛 기화터널
1) 강원도 평창군 미탄면 기화리 한탄5교
2) 기화터널과 한탄5교를 지나자마자 우측에 자리함
3) 한탄5교 끝 좌우측에 차량 2대 정도 주차 가능, 안전진단 등급 확인, 낙석 주의

고마루마을
1) 평창군 미탄면 고마루길 339(한탄리 52)
2) 한탄리 마을회관에서 재치산을 돌아 들어가는 길은 외길로 운전 난이도 중상
3) 마을 무렵부터 카르스트 지형 안내판 나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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