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계의 겨울, 특별한 오삼불고기

횡계의 겨울, 특별한 오삼불고기

쌀쌀한 겨울, 횡계하면 떠오르는 음식이 있다. 뜨끈한 국물도 좋고 얼큰한 찜요리도 좋지만, 역시 겨울 횡계에서는 오삼불고기가 제격이다. 오징어에 삼겹살을 더했으니 추위를 이길 든든함은 기본이요, 매콤하고 감칠맛 나는 양념은 잃었던 입맛까지 되살린다. 밥과 함께 먹어도 좋고 안주로 즐겨도 좋으니 누구와 함께 마주해도 반가운 음식이다.

횡계의 배춧집, 도암식당

횡계는 고원이지만 동해안과 가까운 지리적 이점이 있다.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싱싱한 해산물을 조달 할 수 있는 것이다. 아울러 횡계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스키장인 용평리조트가 있다. 스키장을 찾는 관광객을 위한 특별한 별미가 필요했을 것이다. 용평리조트가 문을 연 것이 1975년, 오삼불고기 원조라 주장하는 노포들이 문을 연 것이 1978년 이후인 것을 보면 이런 배경과 수요가 겹치면서 오삼불고기가 시작되고 횡계의 대표음식으로 떠오른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횡계의 오삼불고기거리에는 오랜 업력을 자랑하는 오삼불고기집이 여럿이다. 모두 특별한 비법 양념으로 무장한 고수들로 굽는 방식도 다양하다. 흔히 보았던 네모난 철판에 알루미늄 호일을 깔고 굽는 집. 철판이나 석쇠에 올려 작화로 굽는 집 등, 취향에 따라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다. 이번 ‘고원의 선물 평창의 맛’에서 찾아갈 식당은 도암식당이다. 올해로 20년째인 도암식당은 오삼불고기거리의 다른 집에 비해 상대적으로 역사는 짧은 편이지만, 신선한 재료와 잘 숙성된 비법양념으로 평장주민들과 관광객의 입맛을 모두 사로잡은 곳이다.

도암식당에 들어서면 우선 벽을 가득 메운 유명인들의 친필 사인이 눈에 띈다. 한류스타 영화배우부터 동계스포츠 메달리스트까지, 이름만 보면 금방 알 수 있는 인사들의 사인이 빼곡하게 도배 되어 있다. 큰 도시의 식당들은 스타들의 사인을 패키지로 사오기도 한다는데, 그 업주들이 이곳을 보면 꽤나 부러워하겠다. 도암식당의 오삼불고기는 둥근 주물 팬에 굽는데 특이하게도 평창의 고랭지배추가 푸짐하게 올라간다. 일반적으로 양파와 대파 등 다양한 채소가 들어가지만 배추 속을 썰어 넣는 곳은 도암식당 뿐이다. 오징어와 삼겹살의 선도도 좋고 양념 또한 잘 숙성된 깊은 맛이다. 여기에 평창의 배추 속이 더해지니 그야말로 금상첨화다. 매콤한 양념에 배추의 달달한 채수가 더해지니 과하지 않고 자연스러운 단맛으로 바뀌며 전체적으로 만족스러운 깊은 맛을 끌어올린다. 다른 식당의 오삼불고기에 비해 자극적이지 않아서 특히 아이들이나 어르신을 동반한 가족여행객에게 알맞은 곳이다.

“오삼불고기에 깊은 맛을 내려고 재료를 이것저것 많이 넣어 봤지요. 그래도 배추만한 것이 없더라고요. 평창에서 자란 배추는 수분이 많고 단맛이 도니까요. 신선한 배추 맛을 유지하려고 인근 마을에서 재배한 배추만을 사용합니다.”

도암식당 유선희 사장의 이야기다. 역시 잘 조율된 양념은 그냥 탄생한 것이 아니었다. 평창의 신선한 배추를 사용해 자연스럽고 부드러운 단맛을 만든 것도 오랜 세월 노력한 결과다. 그리고 직접 나무주걱을 들고 테이블마다 오삼불고기를 볶아주고 불 조절을 하며 세심하게 살피는 모습도 인상적이다. 역시 부지런한 사람의 음식은 맛있다.

유선희사장의 배추사랑은 남다르다. 오삼불고기를 싸먹는 쌈도 배추 속을 내고 반찬으로 배추를 볶아내며 동치미에도 배추가 넉넉히 들어간다. 그래서 단골손님들은 이곳을 도암식당이 아니라 ‘배춧집’이라 부른다. 신선한 배추는 맛도 좋지만, 식이섬유 함량이 높아서 먹고 나면 든든하고 소화도 잘된다. 또 다양한 영양성분도 골고루 들었으니 겨울철에는 일부로 찾아서라도 먹어야 할 채소다.

또 하나의 감동 황태국

두툼한 오징어와 삼겹살을 배추 속과 함께 먹고 나니 당연히 볶음밥이 생각난다. 그런데 유선희 사장은 황태국을 추천한다. 이미 도암식당의 손맛에 반한 터라 추천대로 황태국을 주문했다. 황태 또한 횡계의 특산물이고 따뜻한 황태국이 더 없이 어울리는 계절 아닌가. 배춧집답게 도암식당의 황태국에도 배추 속이 잔뜩 들어가 있다. 처음 보는 비주얼에 갸웃하기도 했지만, 배추 황태국의 담백하고 시원한 국물에 금방 빠져버렸다. 커다란 국 한 그릇에 밥을 말아서 단숨에 비워 버렸음에도 천연감미료 배추 덕에 은은하고 달큼한 여운이 길다. 도암식당에서는 볶음밥보다 황태국이다. 평창의 황태와 평창의 고랭지배추가 모두 들었으니 가장 평창다운 음식일 것이다.

친절한 배춧집 아주머이

계산을 하고 나와서 횡계로타리 앞에서 도암식당 유선희 사장과 마주쳤다. 황태국이 너무 맛있었다고 인사를 건네자마자 국을 좀 싸가라며 팔목을 잡는다. 어렵게 고사하고 주차장을 향하는데 배부른 느낌과는 또 다른 든든함에 절로 미소가 번진다. 맛있는 배춧국에 후한 마음까지 받았으니 오늘 저녁은 안 먹어도 되겠다. 밥보다 든든한 무엇인가 마음에 머문다.

📢 도암식당

주소: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면 대관령로 103
전화: 033-336-5814
영업시간: 10:30~21:00
메뉴: 오삼불고기 13,000원(1인분), 황태국 8,000원, 황태구이 1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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