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거리두기 평창강 삼백리 드라이브여행

사회적 거리두기 평창강 삼백리 드라이브여행

흥정-금당-뇌운계곡

흥정계곡은 꽤 알려져 있다. 고개를 갸웃하다가도 봉평 허브나라 앞에 있는 계곡이라고 말해주면 “아, 알아.”라고 할 사람 많다. 금당계곡은 그에 비해 아는 이가 덜하다. 한여름 래프팅을 즐기는 사람이 찾는 정도? 뇌운계곡은 더더욱 사람의 발길이 뜸하다. 숨은 여행지라 할만 하다.

느릿느릿 물길 따라 가는 길 삼백리

‘평창의 숨은 여행지’라는 여행테마를 받았을 때 당황스러웠다. 온 국민이 스마트폰을 들고 다니며 이곳저곳 찍어 SNS에 올리는 세상이다. 괜찮은 여행지가 숨어 있을 수 있을까? 그냥 사람들의 관심이 덜한 곳을 찾자고 생각했다.

평창 지도를 화면에 띄웠다. 지도만 봐서는 평창이 어떤 곳인지 느낌이 제대로 오지 않는다. 위성뷰를 눌렀다. 아, 절로 한숨이 나왔다. 온통 산이다. 산, 산, 산. 강원도 한복판답다. 이 산들 속에 여행지가 얼마나 숨어 있을까?

영동고속도로 따라 메밀꽃밭 봉평, 오대산 진부, 그림같은 목장들이 몰려 있는 대관령, 스키의 고장 용평이 눈에 들어왔다. 그 대단한 명소 중의 명소를 피해 산과 산 사이를 살피다 금당계곡이 눈에 들어왔다. 오래전 찾았던 수림대마을이 떠올랐다. 금당계곡 중간쯤 갈라진 산골짜기 깊숙한 곳에 있는 산촌이다. 펜션을 운영하는 농촌체험마을에서 삼굿구이*로 찐 감자를 먹었던 희미한 기억이 있다.

마을 아래 아름드리 소나무가 쭉쭉 뻗은 솔섬도 떠오르고. 그래, 이번에는 여기로 가보자. 갈 때는 뇌운계곡 지나 평창읍까지 삼백리 물길 따라 오르내릴 줄은 생각지 못했다. 원래는 금당계곡을 소개할까 했다. 그런데 금당계곡이 기억 속의 한적하고 은밀한 금당계곡이 아니었다.
고민하다 흥정, 금당, 뇌운계곡을 따라가는 드라이브 여행으로 바꿨다. 사회적 거리두기 여행이라는 그럴듯한 변명거리가 있어 다행이다.

흥정 물놀이, 금당 드라이브, 뇌운 원시림

평창 북쪽 계방산 골짜기에서 흘러내린 속사천과 흥정산 계곡 따라 내려온 흥정천이 봉평에서 만나 평창강이라는 이름을 얻어 금당계곡을 지난다. 평창강은 남쪽으로 흘러내려 평창읍을 지나 영월로 넘어가면 주천강으로 바뀐다.
흥정계곡은 폭이 아담한 데다 바위와 못이 많아 계곡 물놀이 명소로 일찍이 이름났다. 계곡 따라 펜션과 민박이 촌락을 이뤄 여름이면 수많은 인파로 붐빈다. 가족 물놀이에 딱 좋은데 요즘같이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조되는 시국에는 소개하기가 좀 망설여진다.

금당계곡은 물길이나 유역이 제법 넓다. 예전 기억에 차 한 대 지날만한 비포장 길을 지나며 은근 비경을 본다고 설렜다. 지금은 계곡 따라 시원하게 뚫린 도로를 달릴 수 있다. 드라이브 여행길로 소개할 만하다.
물길이 굽이치는 곳, 얕은 구릉이나 평지에 작은 마을이 있고 드문드문 펜션, 캠핑장이 숲속에 박혀 있다. 확실히 인적이 드물다. 물이 빠른 데다 폭이 제법 넓은 곳도 있어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에서 주인공이 플라이낚시를 하던 강을 연상케 한다.

평창강은 방림면 평야에 이르러 잠시 너른 강이 되었다가 이내 산과 산 사이로 흘러들어간다. 뇌운계곡은 우레가 치는 가운데 용이 승천했다는 깊은 골짜기다. 실제로 중간에 용산도 있다. 여기서 평창읍까지 흘러가는 물길은 그야말로 구불구불 한 마리 용이 몸을 뒤트는 형세다.
뇌운계곡에 들어섰을 때 절로 탄성이 나왔다. 계곡 양쪽 산들이 무성한 원시림 그 자체였다. 무성하지만 어지럽지 않은, 단아한 원시림? 말이 되는지 모르겠지만 받은 인상은 그랬다. 참 정갈한 원시림이었다.

여기도 금당계곡처럼 2차선 도로가 잘 나 있다. 그래서 더 한적했다. 도로는 잘 나 있는데 다니는 차가 보이지 않는다. 펜션이 두어 곳 마을을 이뤘을 뿐 원시 계곡을 달리는 느낌이 내내 따랐다. 참고로 인스타그램을 검색해보니 역시 흥정계곡 포스팅이 가장 많고 다음이 금당계곡. 뇌운은 100여 건 정도 나왔다.

팔석정, 정강원 그리고 강물처럼 흐르는 시간

드라이브여행이라고 내내 달릴 수만 없다. 흥정계곡 주위 여행명소는 허브나라농원이나 이효석문학관, 무이예술관, 봉평오일장 등이 있고 이미 잘 알려진 곳들이다. 원고의 취지에 맞게 패스.
팔석정은 흥정천이 봉평읍을 지나 금당계곡으로 들어가기 평촌리에 있다. 사람이 세운 정자가 있었다는데 흔적도 없다. 여덟 개의 큰 바위와 소나무가 이룬 선경이 원래 풍경이니 아쉬울 건 없다.

금당계곡 길에 우리나라 전통음식을 맛볼 수 있는 정강원이 있다. 드라마 <식객>을 촬영한 곳으로 한옥체험과 음식문화박물관도 운영한다. 전통음식이라고 해서 부담가지지 말고 기웃거려보자. 여름에는 초계국수 등 간단하게 맛볼 수 있는 음식도 내놓는다. 그외 마땅한 식당이 없으니 상류 장평이나 봉평에서 또는 계곡 하류로 빠져나와 방림면쪽에서 식사할 요량을 해야 한다.

뇌운계곡도 마찬가지다. 펜션조차 드문 계곡이다. 마음에 드는 풍광이 있으면 강으로 내려가 발 담그랄 수밖에. 흐르는 강물처럼 시간은 쏜살같이 지날 것이다.
마지막 팁. 시간이 남는다면 뇌운계곡을 벗어나 평창읍으로 가기 전 용항리를 찾아 들어가보자. 마을 강둑 길에서 마주하는 높다란 적벽과 아래로 흐르는 강이 절경이다.

📢 음식
평창한우마을면온점
평창한우마을이라고 해서 대관령 어디쯤에서 키운 한우인줄 알았다. 그게 아니라 전국에서 우수한 한우를 선정해서 판다. 도축에서 마지막 상에 오르기까지 전과정을 관리하는데 맛의 비법은 숙성기법에 따른 최적의 판매시기에 있다. 판매장에서 고기를 골라 식당으로 건너가면 1인당 상차림비를 받고 숯불과 찬을 내준다. 맛은? 있다. 면온점 외에 대화점, 대관령점이 있고 원주 봉화산점과 홍천 대명에도 매장이 있다.

송어의집
송어는 산간지역 차갑고 맑은 물에서 산다. “언어와 맛이 비슷한데?” 찾아보니 연어과에 속한다. 일찌감치 양식에 성공하여 강원도 산간에 송어횟집이 꽤 많다. 평창 미탄면 송어의 집은 양식장과 식당을 겸한다. 연못과 잘 가꿔진 정원이 있고 양식장을 둘러볼 수도 있다.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송어를 양식했다는데 앞마당에 송어기념비가 있다. 산간지역에서 회를 맛볼 수 있도록 해준 송어의 덕을 생각하면 기릴 만하다. 

📢  숙소
평창 리버빌
금당계곡 하류 산기슭에 있는 펜션. 롯지라고 부르는 펜션 한 동이 집 한 채처럼 담장을 두르고 따로 마당을 가진 것이 독특했다. 물론 다른 형태의 롯지들도 있다. 오후 3시 입실과 오전 11실 퇴실이며 낮시간 연장은 하지 않는다. 영화 <남한산성> 촬영 때 단체로 묵었는지 유명 배우들 사인이 프론트 사무실에 걸려 있다.

📢 * 삼굿구이 : 물고기, 감자 등을 흙에 묻고 위에 불을 피워 익히는 조리법은 강원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수림대마을 삼굿구이는 약간 다르다. 땅바닥에 구덩이를 연달아 파고 가운데 통로를 낸다. 한쪽 구덩이에 돌을 깔고 장작불로 뜨겁게 달군다. 다른 쪽 구덩이는 감자나 계란 등을 넣고 쑥대나 솔가지를 쌓은 후 흙을 덮어둔다.
돌이 달궈지면 흙을 덮고 위에 물을 붓는다. 뜨거운 수증기가 두 구덩이 사이 통로로 빠져나가며 감자나 계란을 익힌다. 약간 복잡한 방식인데 원래 삼베를 짜기 위해 대마껍질을 찌던 방식이란다. 일하는 김에 감자나 계란도 쪄먹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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