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박사박 오르면 황홀한 겨울, 태기산

사박사박 오르면 황홀한 겨울, 태기산

태기산은 강원도 평창과 횡성, 홍천 3개 군에 걸쳐있다. 높이가 1,261m로 횡성군에서는 가장 높은 산이다. 오대산 두로봉에서 시작한 한강기맥이 삼계봉에서 영월지맥으로 갈라지면서, 첫 번째로 만나는 산이 태기산이다. 본래 이름은 덕고산이었으나, 삼한시대 진한(辰韓)의 마지막 왕인 태기왕이 산성을 쌓고 신라군에 대항했던 곳이라 하여 태기산으로 부르게 되었다. 정상 아래에는 길이 1km의 태기산성과 태기산성비가 있으며, 산성 주변에는 삼한 시대의 유적이 남아있다.

태기산은 눈 산행지 중에서도 비교적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산이다. 정상까지 임도를 따라 수월하게 산행할 수 있는데, 적설량이 풍부한 데다 바람이 많이 불어 눈꽃과 상고대가 장관을 이룬다. 특히 능선을 따라 길게 늘어선 풍력발전기와 하얀 설경이 어우러져 환상적인 풍경을 연출한다.

오르기 좋고, 오르면 만나는 풍차의 바람소리

태기산은 여러 개의 등산코스가 있지만, 겨울철 가장 안전한 길은 양구두미재에서 시작하여 정상을 밟고 원점 회귀하는 코스다. 들머리인 양구두미재는 해발 980m로 횡성군 둔내면과 평창군 봉평면을 연결한다. 한때 많은 자동차가 넘나들었던 이 고개는 평창 동계올림픽이 열리기 직전 산 아래 터널이 뚫리면서 지금은 한가해졌다. 그래도 겨울이 되면 고개는 등산객 차량으로 늘 붐빈다. 들머리부터 정상까지 4km의 길은 포장이 되어 있어 아이젠만 갖추면 가족끼리 걷기도 좋다. 겨울 태기산은 사방이 트여 있고 습기가 많아 이른 아침에 가면 나무에 서리가 앉는 상고대를 볼 수 있다.

태기산 등산의 또 다른 볼거리는 능선을 따라 서 있는 풍력발전기다. 2008년에 건설된 풍력발전기는 20기가 세워져 있는데,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힘차게 돌아가는 풍차를 바로 아래서 볼 수 있다. 땅이 평평해서 발전기 주변은 백패커들의 야영지로 인기가 높지만, 겨울에는 프로펠러에 붙은 얼음이 떨어져 사고가 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정상으로 향하는 길

완만한 오르막이던 길은 바람개비 동산에서 내리막으로 들어선다. 이곳에 서면 태기산 정상부가 한눈에 들어온다. 태기산 정상에는 군부대가 주둔하고 있어 정상석이 없으나, 몇 년 전 군부대 북서쪽 아래 전망대를 만들면서 정상석을 세웠다. 등산객들은 전망대에서 정상에 오른 기분을 조금이나마 느껴 볼 수 있게 되었다.

임도를 따라 내려오다 오른쪽으로 벗어나면 정상으로 올라가는 산길이 나타난다. 대부분 등산객은 도로를 따라 전망대 쪽으로 직진하지만, 산행의 묘미를 느끼려면 산길로 들어서는 것이 좋다. 입구에 있는 작은 철문을 통과하면 본격적인 등산로다. 포장도로가 대부분인 태기산 등산에서 가장 가파른 구간이다. 눈이 쌓여있어 오르기가 만만치 않지만, 장비만 있다면 초보도 무난하게 올라갈 수 있다. 이따금 소나무 위에 쌓인 눈이 떨어져 등산객을 덮쳐도 설국으로 들어온 사람들의 표정은 마냥 신나 보인다. 아예 눈 속에 파묻혀 동심으로 돌아가기도 한다. 짧은 길이의 소나무 숲을 지나면 드디어 시야가 터지면서 파란 하늘이 나타나고 곧이어 군부대 철조망이 보인다.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능선에는 풍력 설국이

군부대가 들어선 정상부에 올라서니 사방이 탁 트이며 시원한 조망이 펼쳐진다. 동쪽으로는 평창의 산들인 금당산, 백적산, 잠두봉이 시선을 끌고, 멀리 태백산, 함백산, 두위봉의 산맥이 장쾌하다. 남쪽으로 봉평까지 산줄기가 이어지고, 그 끝에 휘닉스파크 스키장이 보인다. 북쪽으로는 태기산의 완만한 능선을 따라 풍력발전기가 늘어서 있다. 이국적인 풍경 뒤로 한강지맥의 산들이 꿈틀거리며 백두대간을 향해 달려간다.

정상석으로 가기 위해서는 군부대 철조망을 따라가야 한다. 많은 이들이 정상에 오르지 못하는 아쉬움을 간직한 채 순례하듯 철조망을 따라 발자국을 남긴다. 바람이 날려 보낸 눈은 철조망까지 하얗게 덮어 버렸다. 전망대와 정상석은 군부대 정문에서 500m 아래에 있다. 태기산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풍경도 일품이다. 서남쪽으로 치악산 비로봉이 한눈에 보이고, 오른쪽으로 횡성군 일대와 어답산이 펼쳐져 있다. 날이 맑을 때는 양평 용문산뿐만 아니라 가평 화악산도 눈에 들어온다. 전망대 주변에는 조릿대길, 양치식물길, 야생초 화원 등 봄과 여름에 걷기 좋은 숲길이 조성되어 있다.

하산 길은 풍력발전기와 울창한 전나무 숲을 좌우에 두고 걷는다. 햇빛이 들지 않는 길은 눈이 봄까지 녹지 않고 제법 많이 쌓여있다. 도로를 따라 내려오다 보면 삼거리 오른편에 태기분교 터가 있다. 1968년 개교하여 1976년 폐교한 태기분교는 당시 화전민의 애환과 학생들의 생활상을 기록한 자료가 전시되어 있다. 태기분교 터에서 태기산성을 거쳐 신대리로 내려갈 수도 있지만, 원점회귀라면 도로를 따라 더 걷는다. 오후 햇살을 받은 상고대는 이미 녹아 사라졌고, 나무에 앉았던 눈도 바람에 흩뿌려져 날아가고 있다. 혼자라도 좋다. 주말을 이용해 겨울 태기산으로 눈 산행을 떠나보자.

[산행 길잡이]

태기산은 눈 산행뿐만 아니라 야생화 산행, 백패킹으로도 인기가 높다. 자동차로 갈 때 등산코스는 정상 남쪽 양구두미재에서 출발해 군부대 철책 산길로 올라 정상을 다녀오는 원점회귀 코스가 좋다. 산행 거리는 총 8km로, 겨울에는 3시간 30분 정도 소요된다. 영동고속도로 둔내나들목이나 면온 나들목에서 옛 6번 국도를 타고 가면 양구두미재에 도착한다. 양구두미재 정상에 주차장이 있으나, 눈이 많이 내린 날에는 주차하기가 쉽지 않다.

📢 대중교통

서울역 또는 청량리역에서 강릉행 KTX 열차를 이용해 둔내역에 하차한다. 둔내역에서 양구두미재까지는 대중교통이 없으므로 택시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택시요금은 편도 2만 5천 원 정도 하며 20분 안팎 소요된다. 둔내에는 콜택시가 많고(둔내 콜택시 033-345-4000, 둔내 개인택시부 033-342-2000), 둔내 KTX역에도 택시가 있다.(심종삼 기사님 010-3779-0604)

 

📢 식사

양구두미재 정상 경찰전적비 옆에는 무이쉼터(010-5362-9993)라는 트럭으로 만든 밥차가 있다. 20년 전부터 부부가 운영해 오고 있는데 이곳은 드라이브, 자전거 마니아들이 쉬어가는 곳이다. 감자전, 감자옹심이, 버섯볶음, 도토리묵, 라면뿐만 아니라 커피, 당귀차, 칡즙 등을 판다.

평창군 봉평에 있는 기풍정육점(☎033-332-7665)은 맛 좋은 평창 한우를 저렴하게 먹을 수 있는 곳이다. 메밀꽃의 고장 봉평에는 오일장(2일, 7일)이 서는 데 메밀을 이용한 다양한 음식과 함께 강원도 장터의 참모습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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